1960년대 이래 우리나라에 나온 상품 봉지가 한 자리에 모였다. 가난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준 라면부터 각종 기호식품, 우리네 삶을 지탱해준 생활용품 등 4000점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출품물은 소장자가 수십 년에 걸쳐 수집하고 정리한 집념의 기록이다. 파일 수십여 개 및 별도 박스에는 소장자가 상품의 브랜드와 회사명, 수집한 날과 상품이 출시된 날(확인이 가능한 경우) 등을 꼼꼼히 기록한 것들이 많다. 이를 통해 근대화 및 산업화 이후 우리나라 상품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고 여겨진다.
간단하게 분류한 내역들은 다음과 같다.
○ 라면 129종 754점
미국의 잉여 농산물 원조에 따라 대량의 밀가루가 유입되면서 정부는 ‘밀가루 식생활 장려정책’을 추진하였다. 이런 배경 속에 1963년 삼양식품 창립자 전중윤이 일본의 인스턴트라면 기술을 도입하여 ‘삼양라면’을 출시하였다. 초기에는 생소한 식품이었으나, “값싸고 배부른 식품”이라는 점에서 도시 노동자, 학생층을 중심으로 확산되었다. 근대화기의 구휼식품이었다.
출품물에는 도입기의 라면부터 경쟁·성장기(70~80년대), 다양화기(90~2000년대), 세계화기(2010년 이후)의 모든 종류의 라면 754점이 모였다.
○ 스낵 과자류 900종 1950점 / 빵 151종 194점
해방 이후, 우리나라는 경제개발을 국책사업으로 삼고 식품가공업, 제당업 등이 성장하면서, 대량생산이 가능한 설비가 들어오고, 과자 포장·유통체계도 발전하면서 ‘대중과자’의 보급이 본격화되었다. 또한 포장디자인·광고문화가 발달하면서 과자도 단순한 군것질 거리를 넘어 소비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산업사적으로 보면, 과자 및 제과업은 한국이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가공식품산업의 한 축을 담당했다.
개별 기업으로는, 해태제과, 오리온, 크라운제과, 롯데제과 등이 있고, 브랜드별로는 맛동산, 새우깡, 뽀바이 등 수많은 상품이 있다. 출품물에는 2000점이 넘는 과자류와 빵 봉지가 놓여있다.
○ 빙과류 220종 505점
우리나라 아이스크림(빙과류) 산업은 ‘아이스께끼’로 불리던 비공식적 아이스크림이 위생·생산 체제를 갖추기 시작한 단계(1962년 7월, 국내에서 위생화된 설비를 갖춘 대량생산 아이스바인 삼강하드가 출시)에서 비롯된다. 이어 보급기 및 성장기(60~80년대)가 이어지는데, 국내 최초 콘 아이스크림으로 부라보콘(해태제과)이 1970년 봄 첫 출시되었다. 곧이어 아맛나(1972) 등이 출시됐다. 출품물에는 500여 점이 넘는 빙과류 봉지가 담겼다.
○ 사탕 90종 220점
1950년대 중반부터 국내 기업들이 캔디·캐러멜 제조시설을 도입하며 본격적인 산업화의 기초를 마련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오리온㈜(당시 동양제과)가 1956년 설립되었고, 1957년 서울공장에 캔디제조시설을 도입했다는 공식 연혁이 확인된다. 1960년대 들어 설비의 자동화, 포장기술의 도입, 유통망의 확대가 이루어지면서 사탕·캔디류 소비가 대중화 단계로 접어든다.
출품물에는 60년대 이후부터 성장 및 다양화기에 이르는 220여점은 상품 봉지가 담겼다.
○ 조미료 및 기타 식품류 152종 358점
우리나라의 독립적인 조미료 산업은 ‘미원의 등장’에서 시작된다. 이 시기에 제조회사들이 발효 조미료로 대량생산을 시작했고, 광고·판매망이 확대되면서 조미료가 가정 식탁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또한 간장·된장·고추장 등의 전통 양념 범주와 조미료 제품이 점차 산업화되면서 ‘가공식품 조미료’ 산업이 형성되었다.
○ 생활용품 96종 123점
생활용품에는 각종 세제류 등 주방용품, 욕실용품, 번개탄·화력탄 등 연료용품 등 123점이 모였다.
○ 내용물이 담긴 고무장갑 6종 13점
‘아리랑 고무장갑’을 비롯한 여섯 종의 고무장갑 13세트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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