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 그레그 속기법이 기록된 조선 풍경엽서 실체엽서 > 제10회 고완관지

경성(京城) 구도심의 청계천 일대로 추정되는 사진엽서에 개천 옆길을 따라 전통 한옥 건물과 담장이 늘어서 있고, 한복을 입은 아이들과 어른들이 한쪽 방향을 바라보고 서있다. 엽서 용지는 “POST CARD”인쇄와 “AZO”인디케이터(네 귀퉁이 화살표 모양)는 1904~1918년 미국 AZO사 사진용 인화지에서 주로 쓰인 패턴으로 1910년대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뒷면은 다소 생소한 ‘그레그 속기법(Gregg Shorthand)’으로 내용이 작성되었다. (※ 그레그 속기법이란 1888년 미국의 John Robert Gregg(존 로버트 그레그)가 창안한 영어를 빠르게 받아쓰기 위해 고안된 속기법으로 복잡한 알파벳 철자 대신, 곡선·선·점으로 된 기호를 조합하여 소리를 기록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는 이유는 ‘① 빠른 기록 ② 비공식·개인 메모용 ③ 선교사·학생 커뮤니티에서 보급 ④ 공간 절약’이다.

엽서에 남겨진 해독은 전문 속기사의 분석이 필요한데 대체로 개인적 메모, 여행 소감, 현지 상황 보고인 것으로 추정된다. 아마 발신자는 신속한 기록과 더불어 타인이 쉽게 알아보지 못하도록 위 방식을 사용한 것 같으며, 수신자는 미국 캘리포니아 멘로파크에 있던 일본계 이시자키 씨로 보인다.

그레그 속기법이 쓰인 엽서는 매우 희소하며 근대 언어학 연구에 좋은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