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의 실학자 정약용(丁若鏞)이 1812년(순조 12)에 전남 강진에서 유배 생활 때 저술한 책으로 일본을 가상 침략군으로 상정하여 민병대인 민보군의 방위론에 대해 논한 병서이다.
민보란 요해지(要害地, 전쟁에서 자기편에는 꼭 필요하면서도 적에게는 해로운 지점)에 산성이나 소규모 성곽인 ‘보(堡)’를 설치하여 평상시에 미리 주민을 편성해 훈련시키다가 유사시에 훈련된 전 주민이 산성이나 보에 들어가 관군(官軍)의 도움 없이 농성을 펼치면서 외적을 방어하는 체제이다. 정약용은 양난 이후 평화가 장기간 지속되어 관군이 무력해진 상황에서 국내 변란이나 대외 적침으로부터 주민 스스로의 힘으로 향촌과 가족을 지킬 수 있는 방안으로 민보에 주목하였다. 정약용은 강진(康津) 유배기에 흐트러진 군정(軍政)으로 군비(軍備)가 실종된 상황을 목격하였다. 또한 홍경래의 난(1811년)에서 국내 반란조차 진압하지 못하는 관군의 무능을 절감하였다. 더구나 일본의 정세도 심상치 않아 막부 체제의 균열로 성장하기 시작한 사쓰마(薩摩) 번(藩) 등이 조선을 침략한다면 이를 방어하는 것이 불가능하리라고 보았다. 따라서 정약용은 지배층의 무능으로 열악해진 국방 현실, 특히 지방 군사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국방력 재건을 위해 향병(鄕兵)을 이끌어 낸 명(明)나라의 경험에 주목했으며, 이를 조선의 현실에 맞게 소화해 독창적인 방위체제로 제안하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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