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유물은 1915년 강화성당에서 거행된 대한성공회 최초의 한국인 사제 김희준 마가(Mark Kim, 1869~1946) 신부의 사제 서품과 관련된 역사적 현장을 담은 오리지널 네거티브 유리건판이다.
건판 안에 새겨진 글씨로 보면 ‘유리원판’의 성격도 갖는 듯하다.
김희준 신부는 한국인 최초의 성공회 사제로 알려져 있으며, 한국인 최초 영세자 이재진의 아들로서 대한성공회 초창기 발전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인물이다. 1890년 고요한(Corfe) 주교에 의해 전래된 대한성공회는 초기 선교단계에서 외국인 선교사 중심의 구조를 갖고 있었으나, 김희준 신부의 사제 서품은 한국인 성직자가 직접 신앙 공동체를 이끌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특히 1914년 부제 수품에 이어 1915년 마크 트롤로프(Mark Trollope, 한국명 조마가) 주교 집전 아래 이루어진 사제 서품은 대한성공회 자립의 출발점으로서 한국 교회사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건판에는 정중앙에 주교관(Mitre)을 쓰고 좌정한 외국인 주교와 그 우측에서 사제의 권위를 상징하는 지팡이(Crozier)를 오른손에 당당히 든 주인공 김희준 마가 신부를 비롯하여 정식 예복을 착용한 한국인 성직자들이 선명하게 담겨 있다. 한옥 건축을 배경으로 한 이 장면은 서구 기독교 전통이 한국 사회에 정착해 가던 과정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귀중한 기록으로, 초기 대한성공회 성직자 사회의 모습과 의례 문화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한다. 특히 본 건판은 서품식 전후의 역사적 순간을 직접 기록한 원판 자료로서 한국 성공회사의 형성과 발전 과정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1차 사료적 가치를 지닌다.
유리건판은 근대 사진기술이 남긴 최고 수준의 기록 매체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본 건판 역시 인물의 표정과 복식, 성직 예물, 건축 배경에 이르기까지 세밀한 묘사를 보여주며, 백여 년의 세월을 거쳐 오늘날까지 원형에 가깝게 전해지고 있다. 건판 측면에 남아 있는 관리 번호와 기록 흔적은 당시 선교사들이 한국 선교 현장을 체계적으로 촬영·보존하였음을 보여주는 자료적 특징으로 주목된다. 한국 근대 종교사, 대한성공회사, 근대 사진사 연구에 활용 가능한 희귀 원본 자료로서 학술적·전시적 가치가 매우 높은 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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