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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유치환(柳致環) 시 / 정준용(鄭駿鎔) 화 [시화 합벽 詩畵合璧] > 제17회 고완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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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유치환(柳致環) 시 / 정준용(鄭駿鎔) 화 [시화 합벽 詩畵合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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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시·서(詩·書 : 청마 유치환(靑馬 柳致環, 1908~67) 화(畵) : 정준용(鄭駿鎔, 1930~2002)
사이즈 전체 대지 34.5×34.5cm, 미색 대지 위에 묵서 / 그림 26.5×22.5cm, 두꺼운 미색 보드지 위에 혼합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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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정보

(1) 시(詩) 원문 및 현대어 역

- 원문(原文)

虛榮과 僞善으로 여기에선 한갓 至美德? 그것으로 가려 줌이나마 없었던들 貧困! 悖德! 人間이 腐蝕하는 이 거리에서 어찌 하루인들 더 忍目할 수 있겠는가?靑馬

- 현대어 역

허영과 위선으로 여기에서는 한갓 지극한 미덕(至美德)인가? 그것으로 가려 줌이나마 없었던들 빈곤! 패덕! 인간이 부식(腐蝕)해 가는 이 거리에서 어찌 하루인들 더 차마 눈뜨고 볼(忍目) 수 있겠는가? 청마

 

(2) 청마의 문학과 정준용의 회화

① 문학적 층위 - 청마의 윤리적 실존주의와 시대적 갈문(喝問)

청마 유치환은 타협하지 않는 원시적 생명력의 표효와 준엄한 도덕적 의지로 한국 현대시의 독보적 봉우리를 형성한 시인이다. 본 폭에 적힌 묵서 시구는 그의 후기 문학을 관통하는 사회 비판 의식과 윤리적 실존주의가 집약된 단상이다.

전후(戰後) 한국사회의 혼돈 속에서 물질적 빈곤과 정신적 패덕으로 '부식(腐蝕)해 가는 거리'를 직시하며, 거짓된 허영과 위선으로 치장된 세태를 향해 "어찌 하루인들 더 차마 눈뜨고 볼 수 있겠는가"라고 일갈한다. 청마 특유의 남성적 어조와 결벽에 가까운 지조가 한 글자 한 글자 힘 있게 내리누른 행서체 육필 필치 속에 서슬 퍼렇게 살아 숨 쉰다

 

② 회화적 층위 - 정준용의 묵직한 마티에르와 침묵의 형상

서양화가 정준용(1930~2002)은 통영과 부산 등 영남 화단을 거점으로 독창적인 반추상과 모더니즘 조형 언어를 일군 작가이다.

 

그는 거친 황토빛 바탕 위에 짙은 유채와 먹을 덧바르고, 두껍고 명료한 검은 윤곽선을 구축하여 대상을 구축했다. 화면 하단의 어류 혹은 응시하는 눈(目)을 연상시키는 유기적 형상과, 그 위로 솟아오른 묵직한 기둥 구조물은 혼탁한 현실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생명적 실존의 핵을 암시한다. 화면 전반에 흐르는 둔중한 마티에르와 어두운 색채는 청마가 응시했던 '부식하는 세계'의 비극성을 시각적 침묵으로 온전히 떠받친다.

 

③ 시화 합벽(詩畵合璧)의 조형 미학 - 비판적 언어와 침묵의 공명

일반적인 시화(詩畵)가 시를 보조하는 삽화적 성격에 머무는 것과 달리, 본 작은 34.5cm 정방형 대지 위에서 문학과 미술이 동등한 무게로 맞물려 있다.

좌측에 별지로 자리 잡은 정준용의 검은 회화적 덩어리는 비극적 시대의 심연을 응결시키고, 우측의 여백을 가르는 청마의 준열한 육필은 그 침묵을 찢고 터져 나오는 양심의 호통으로 조응한다. 인간성의 타락을 차마 견디지 못했던 대시인의 절규와, 그 절망의 무게를 묵묵히 받아낸 화가의 붓질이 한 폭 안에서 완성된 이 작품은 1950~60년대 한국 전후 문학과 근현대 미술이 만난 가장 치열하고 진지한 교유의 결정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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