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8월 일본의 패망과 조선의 광복을 전후하여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매우 이례적인 형태의 태극기이다. 일본 국기인 일장기를 바탕으로 붉은 원형 문양을 그대로 보존한 채, 흰 바탕의 네 귀퉁이 - 태극기의 건·곤·감·리 4괘 자리 - 에 한글이름들을 먹으로 직접 그려 넣었다. 일제강점기의 상징인 일장기가 광복 직후 한국을 상징하는 깃발로 변형되었다는 점에서, 해방기의 역사적 전환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특별한 자료이다.
이 깃발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일장기의 붉은 원을 지우거나 훼손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일본의 패망으로 기존 국기의 상징적 지위가 무너진 상황에서, 여기에 한국의 4괘를 추가함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일반적인 태극기와 달리 중앙의 태극 문양이 음양으로 구분되지 않은 독특한 형태로, 정형화된 국기 제작품이 아니라 당시의 역사적 상황 속에서 즉흥적으로 제작된 기념 깃발일 가능성이 있다.
깃발에는 미군으로 추정되는 세 사람의 이름인 ‘자-니(Johnny)’, ‘놀맨(Nolman)’, ‘조-지(George)’가 한글로 기재되어 있으며, 한국인 ‘김승배’라는 이름도 확인된다. 특히 외국인들의 이름을 영문이 아닌 한글 발음으로 기록한 점이 흥미롭다. 김승배는 단순한 서명 참여자를 넘어, 미군들과 가까이 활동하면서 이 깃발에 직접 4괘를 그려 넣고 이름을 기록한 제작자였을 가능성이 크다.
광복 직후 한반도에 진주한 미군은 일본군의 무장해제와 군사시설 접수, 점령행정 등 패전국 일본의 군사적 지배체제를 정리하는 임무를 수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한국인 통역원이나 연락원, 현지 협력자의 역할이 필요했으며, 김승배 역시 미군 장병들과 함께 이러한 업무를 수행했을 가능성이 있다. 미군 세 사람과 한국인 한 사람의 이름이 동일한 깃발에 남아 있다는 사실은 당시 양측의 직접적인 접촉과 협력관계를 추정하게 하는 중요한 단서이다.
또한 이 깃발은 일본의 패전을 기념하는 미군의 전리품적 성격을 지닌 기념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패전국 일본의 국기에 해방된 한국의 4괘를 추가하고 관계자들의 이름을 남겼다는 점에서, 단순한 국기 변형을 넘어 일본의 패망과 한국의 해방, 미군의 한반도 진주라는 역사적 사건을 하나의 물건에 담아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실제 일본군으로부터 노획한 물건인지, 미군의 요청으로 제작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
이 자료는 일장기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한글이름으로 4괘를 추가한 독특한 제작 방식, 미군으로 추정되는 세 사람의 한글 이름, 제작자로 추정되는 김승배의 기록이 함께 남아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물이 해방의 기념물로 전환되었다는 역사적 의미가 크다. 1945년 광복과 일본의 패망, 미군 진주 초기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희귀한 실물 사료로서, 해방기 태극기와 한미 관계사 연구에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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